1. 추억의 노래들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 합니다.
오늘은 한국 뮤지컬 영화인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22년 개봉 작품이며, 저에게는 또 사적인 이유가 있는 영화 입니다. 어릴적 듣던 CM송, 아버지께서 매일 흥얼 거리시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했던 추억의 옛 노래들을 배경으로 배우들의 춤과 안무들로 감정을 녹여 냅니다. 설레는 감정도, 또 석별의 감정도, 이별을 앞둔 모두의 감정과 노래와 안무로 승화시키기에,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과 함께 그 감정을 나눕니다. 이 영화를 같이 봤던 사람은 딱히 이 영화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지는 못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면에 비슷한 나이대의 제 3자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추억에 대한 보정이 감정에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간간히 생각나는 가사들,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인생은 아름다워-이문세), '돈 오백원이 어디냐고 난 고집을 피웠지만 사실은 좀 더 일찍 그대를 보고파'(조조할인-이문세), '아이스크림 주세요 사랑이 담겨있는 두개만 주세요'(아이스크림사랑-이문세). 흥얼거리는 노랫말 속에서 옛 추억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저도 모르게 미소짓게 됩니다. 그외에 안무도 살짝 따라하고 싶어 집니다.
2, 노래 속에서 묻어나는 애환과 깊이있는 감정
작중 강진봉(류승룡)은 무뚝뚝한 전형적인 공무원 남편 입니다. 오세연(염정아)는 본인의 검진결과를 듣는 날에도 버스를 잘못타고, 택시타라는 남편의 화난 전화에도 돈이 아깝다며 버스를 결국 다시타서 늦게 도착합니다. 그런 아내에게 소리치며 너 죽는데, 라고 짜증섞인 말투로 외치고 직장으로 돌아간 남편은 저녁 술자리에서 애환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절절히 노래 부릅니다.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라는 깊이 있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노래 합니다. 아버지를 닮아 무뚝뚝한 아들에게도, 사춘기를 맞아 반항심이 커진 딸에게도 쩔쩔매는 세연의 모습 뒤에는 앞으로 다가올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음에, 아꼈던 옷을 입을 수 없음에 서러움에 복받친 본연의 모습이 보여집니다. 진봉은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따금씩 비춰지는 눈빛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집니다.
아내의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상황 자체가 무뚝뚝한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하고, 실마리를 찾고 또 그 실마리를 잃은 허탈한 아내의 모습을 보며 놀리고 유쾌한 남편의 모습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아버지 세대때는 그랬었다, 라는 말로 무뚝뚝함이 미덕인 것 처럼 살았던 과거의 어른들의 모습을 현재는 이해할 수 는 없지만, 표현을 못할 뿐 사람의 감정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과거를 추억하는 어린 세연(박세완)과 당시 서연의 첫 사랑이었던 어린 정우(옹성우)의 풋풋한 모습을 보며, 관객 누구나 겪었을 어린 시절 첫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누군가는 첫 사랑을 함께 나눴고, 누군가는 또 이루어지지 않은 첫 사랑에 가슴 아파했을 기억은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겪어 봤을 첫 설레이는 감정 코드는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처음이라 미숙했고, 들춰볼수 없었던 상대방의 마음이 지금도 몹시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꼭 확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미숙한 감정 자체가 우리의 추억이고 또 그 추억을 벗삼아 한 사람의 삶을 채워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
3. 추억을 벗삼아, 또 살아나가야 하겠습니다.
사람을 떠나 보낸다는 건,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같이 간 사람에게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 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그러하듯, 슬픔 속에서 장례식 장면에 나올 줄 알았지만, 진봉과 세연의 결혼식 장면으로 뜨거운 안녕을 표현합니다. 세연의 과거 절친이었지만, 오해를 남기고 미국으로 떠난 현정을 라디오 사연을 보내 찾은 진봉은 그외에 세연의 지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노래를 부릅니다. 세연은 아마도 본인의 첫 사랑은 진봉이 맞앚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합니다.
사실 진봉은 세연이 죽기 전, 버킷리스트를 발견하고 모든 것을 하게 해주고 있었습니다. 무관심해 보이면서도 세연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세연에게 무뚝뚝한 모습으로 정말 괜찮은지, 무섭지 않은지 묻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두려웠고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너무나 절망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뜨거운 안녕을 뒤로하고, 세연의 빈자리를 그대로 둔채 집안일을 하는 진봉의 모습에서 애잔함을 느꼈습니다. 아내의 사진을 바라보며 이 정도면 잘 하고 있는거 맞냐고 되묻는 모습에서 그리움의 감정이 진하게 느꼈습니다. 물론 '있을때 잘하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누군가 말했던 명언이 떠오릅니다.
'존재의 가치는 부재로 증명 된다.'
전반적으로 평이한 영화 내용과 전형적인 스토리 였지만, 그와 함께한 노래와 안무들로 눈이 심심하지 않은, 추억 보정으로 그리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억을 벗삼아 또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추억의 노래와 함께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