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행성 기억상실증, 생소한 판타지
오늘은 2022년 일본영화 개봉작인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고 해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동명의 소설을 차용하여 영화로 제작 되었으며, 사전에 책을 읽어본 바 영화의 시간적 흐름이나 내용이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소설은 카미야 토오루의 시점에서 담담한 문체로 독백하듯이 진행한다면,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장면이 교차되며 진행 됩니다.
카미야 토오루(미치에다 슌스케 분)는 문학을 좋아하는 소년이며 괴롭힘 당하는 친구를 대신해, 괴롭힘을 멈추는 조건으로 히노 마오리(후쿠모토 리코 분)에게 고백 합니다. 고백하여 거절당하는 장면을 SNS에 올리며 화제를 만들고 싶었던 양아치 무리의 생각과 다르게 마오리는 그 고백을 받아 들입니다. 그리고 그 고백에 대해 마오리의 절친한 친구 와타야 이즈미(후루카와 코토네 분)에게 이야기 하였고, 토오루는 다음날 이즈미에게 불러 세워집니다.
토오루는 마오리에게 마음 없는 고백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사과를 하지만, 오히려 마오리는 3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계약 연애를 제안합니다.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그리고 셋째,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것 이라는 세가지의 조건 이었습니다.
그렇게 토오루와 마오리는 연애를 시작했고, 마오리의 절친 이즈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들에게, 서로에게 공유 못한 비밀, 마오리의 절친 이즈미는 알고 있었지만 토오루가 몰랐던 사실은 마오리의 선행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 잊혀지고 싶지 않음과 그럼에도 잊히는걸 선택한 그 무게
마오리는 선행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하루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2년전 사고 당시의 기억으로 돌아갑니다. 매번 맞이하는 낯선 아침, 눈을 뜨면 바로 적혀있는 '일기를 읽을 것'이라는 문구를 보며 일기장을 펼칩니다. 선행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과 매일매일 적혀있는 그간의 기억들을 읽음으로써, 기억하지 못한 모든일들을 빠른시간안에 머릿속에 넣어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가지 조건이 필요했던 것이었습니다. 많은 기억들을 다시 시작된 하루에, 한번에 집어 넣기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악용될 여지가 있어, 가족과 선생님, 그리고 이즈미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입니다.
토오루는 가족간의 상실이 있어 어린나이에 조숙해진 소년입니다. 평생 소설을 써왔지만 데뷔를 하지못한 아버지, 아버지는 본인의 소설을 읽는 어머니를 좋아했고 그러한 어머니를 잃은 후 술에 빠져 지냅니다. 그런 아버지와 동생을 본인의 꿈을 미룬채 돌봐왔던 누나는 오히려 소설에 재능이 있었고 결국 토오루와 아버지를 두고 나가 본명을 숨긴채 작가로서 성공하였습니다. 다른 필명이지만, 토오루는 누나의 글임을 단번에 깨닫고 누나의 글을 좋아하는 한명의 독자로서 누나를 응원합니다.
마오리는 토오루의 일거수 일투족,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취미, 청결감 등 모든것을 기록했고 사진으로 남겼습니다.오늘 하루 있었던 모든일을 기록하였고 다음날의 마오리에게 전해주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공원에서 데이트 중 깜빡 잠든 마오리는 또 기억을 잃었고 함께 있는 토오루에 대한 기억이 없기에 놀라서 달아납니다.
토오루는 마오리의 선행기억상실증에 대해 알게 되었고, 본인이 알게 된 사실을 기록하지말라 부탁합니다. 다음날의 마오리는 이 사실을 모르도록, 그렇게 토오루는 다음날 부터의 마오리에게 본인이 알고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그녀에게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 합니다.
이후 (중요한 내용이라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토오루는 마오리의 기억에서 사라졌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살이 되었을 때 선행기억상실증이 낫게 되고, 어디선가 이상한 그리운 듯한 마음이 들게 됩니다.
3. 사랑은 어느 기억에 해당 하는걸까?
극 중 토오루는 '절차기억'에 대해 알게되고, 무의식적 기억을 통해 마오리를 돕고자 합니다. 즉, 그림에 재능이 있던 마오리에게 지속적으로 그림을 그려볼 것 을 권유하고, 마오리는 계속된 그림 그리기를 통해 능력을 향상시키도록, 매일 반복된 그리기를 통해 몸이 기억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남자친구를 계속 그리게 됩니다.
과연 사랑의 감정은 어느 곳에 저장이 되는건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찾아본 바, '암묵적 기억'에 절차기억과 정서기억 측면으로 나누어 진다고 합니다. 반복된 행위를 통해 능력의 향상 처럼, 습관화 된 행동들이 무의식적으로 각인되어 쉬이 풀어 쓸 수 있는 기억을 뜻한다고 합니다. 언어로 풀어 쓸 수 없는 기억 이기도 합니다.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되며, 누군가를 계속 그리워하게 되는 이 가슴 아련한 플롯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의 한 때에 토오루가 사라지는 장면으로 절정을 이루게 합니다. 분명 좋아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지만, 어느덧 사랑하게 되었다는 여름 밤의 고백은 끝을 알 수 없는 불안한 미래이기에 더욱 값진 기억으로 남습니다. 카미야 토오루를 잊지 말것, 이라고 간절하게 적힌 쪽지에 가슴이 시립니다.
저는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랑하는 이를 떠올릴 때 함께 지냈던 추억과, 그 사람의 목소리, 얼굴, 그 사람에 대해 서술할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사랑이라는 틀에서 기억을 제거 한다면,서술 기억에서 잊어버렸지만, 또 암묵적 기억에 남아 표현할 수 는 없지만 그리워 하게 되는 것, 이것이 혹시 사랑의 감정만 남은 기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풋풋한 학생들의 아름다운 청춘, 사랑의 감정과 기억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영화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