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창시절 트라우마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
오늘은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첫 넷플릭스 진출 작품으로, 김은숙 작가 특유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말 솜씨는 여전했습니다. 특유의 대사와 학폭에 대한 복수극이라는 소재로 송혜교 배우를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학창시절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학교 생활과 성인이 되어 문득 여러본 기억의 서랍에서 아련하고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열어보지 못한 트라우마, 극 중 문동은(송혜교 분)처럼 고기를 굽는 소리에 괴로움을 느끼며 김밥으로 매 끼니를 떼워야 하는 애써 봉해 놓은 캐비닛이 될 수 있습니다.
문동은은 학창시절 평범한 여학생이었으나, 박연진(임지연 분)과 그 친구들의 괴롭힘의 타겟이 되어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냅니다. 전재준(박성훈 분)이 연진의 무릎에 누워 동은이가 예쁜거 같다고 말해서 였는지, 체육관에 불러 괴롭히기 시작하고, 이사라(김히어라 분),최혜정(차주영 분),손명오(김건오 분)의 도를 넘는 괴롭힘이 계속 됩니다. 지켜보기 괴로운 1화 였을 만큼, 맨살을 고데기로 지지고, 그에 괴로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괴로웠으며, 제일 괴로운건 그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 였습니다. 선생님은 애들장난에 경찰에 신고함을 나무랐고, 자퇴서를 내미는 동은에게 오히려 손찌검을 하며 본인의 지위를 지켰습니다. 동은의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성숙치 못한 사람이었고, 그에게 돈으로 강제적인 합의를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이후 동은이는 공장에서 숙식하며 복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였고, 교대에 진학하여 선생님이 됩니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 치밀하게, 더욱 더 치밀하게 복수를 진행합니다. 대학시절 주여정(이도현 분)을 만나 바둑을 배우며 대화를 나누지만 깊이있는 대화는 단절한 채, 나의 꿈은 너야, 연진아, 라는 플롯으로 감정을 담담히 표현하며 그들 앞에 나타납니다.
2.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되는 서열
학창시절 부터 그 무리에서도 서열은 존재 했습니다. 유명 골프리조트의 아들로 권력을 누렸던 재준과 점집과 연관되어 많은 부를 축적했던 어머니의 딸 연진, 대형교회의 목사의 딸인 이사라를 비롯하여 세탁소의 딸이지만 그들에 붙어 이익을 취했던 최혜정, 그리고 힘 하나로 불법적인 일을 자행해왔던 손명오의 서열 관계는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했습니다. 연진은 기상캐스터로서 건설사 대표인 하도영(정성일 분)과 결혼하여 슬하에 딸을 두고 살아가지만 그들의 서열은 최혜정을 비롯한 손명오를 부리는 듯한 행태로 계속되어 왔습니다. 명오는 친구들의 불법적인 일, 재준의 운전기사 등 '빌 붙어'사는 모습을 계속적으로 보여왔으며 그를 대하는 친구들의 태도도 언제나 명확했습니다.
동은은 복수를 위해 세명재단 이사장인 김신태의 집 쓰레기통을 뒤지던 중, 가정부인 강현남(염혜란 분)에게 발각 되었지만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조건으로 현남은 동은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세명재단 이사장의 치부를 찾아내어 그를 빌미로 연진의 딸의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 발령 받고, 그 사실을 알게된 연진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건넵니다. 나의 체육관에 온걸 환영해, 연진아 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그들에 대한 복수를 시작합니다.
저도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왔던 바, 단순한 괴롭힘을 주위에서 본 경험은 있습니다. 또한 같은 나이대의 친구들이었지만 무섭고 꺼렸던 친구들도 분명히 있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들을 떠올리면 왠지모를 주눅드는 감정, 또는 불편한 감정이 들기에 애써 들춰볼 필요 없는 기억들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던 학폭, 학폭 가해자라는 프레임이 씌워 질 경우 사회적 비난은 물론이고 퇴출되다시피 하는 지금의 모습을 생각해볼 때, 어떤 것이 정의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잘못이라고 단순한 치부로 생각하기엔, 피해자의 입장에서 평생 치유하지 못할 가슴의 무거운 돌덩이 임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문제로 볼 수 없습니다.
지금도, 한참 행복하게 뛰어놀 아이들의 모습에서 재산의 정도, 직업의 지위 등으로 순위를 매기는 어른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어린 아이들에게 서열을 만드는 지금의 행태는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법적인 강제적인 수단이 아닌,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부모의 행동 모든것이 아이들에게 반영되기에, 어른들 스스로 서로를 존중하고 행동의 무게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결론은 동은이가 행복 했으면 좋겠다.
매 끼니를 김밥으로 떼우는 모습, 고기를 굽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쓰러지는 동은의 모습을 보는게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온몸에 흉터를 지니고 있으며 어릴 적 그 뜨거움을 추운 눈 밭에 누워 울부짖으며 비비며 달래는 동은의 모습이 지금도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간간히 조력자인 현남과 대화하며 조금씩 보이는 웃음에 안도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과거의 기억들과 복수를 위한 감정으로 애써 집중하려는 모습 또한 매우 속상합니다. 또 한명의 조력자인 여정 또한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아버지를 살해 당하고, 지속적인 살인마의 조롱섞인 편지들로 가슴에 멍에를 지니고 사는 모습에 너무나 속상합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서열로 표현할 수 있는 연진과 그의 무리들 속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디 동은이 곤란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배경과 과거의 경험들로 유쾌한 복수극이 아닌, 어둡게 조명되는 복수극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복수극의 결말은 부디 동은의, 그리고 여정의, 현남의 행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떄로는 현실이 더 드라마 같다 라는 말로 오히려 현실이 더 무섭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바램이 현실 엔딩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1부가 마무리되어, 3월 2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코 쉬울 것 같지 않은 그들의 성을 동은이 무너뜨릴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위태위태한 동은의 마음이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들의 복수 끝에 행복을 되 찾고,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실의 피해자들의 가슴 속에 진 응어리를, 제가 감히 예상할 수도 또 풀 수 있는 방법을 감히 알 수 없으나, 그저 일상 속에서 행복하길, 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