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감상] 2023 더 퍼스트 슬램덩크, 추억의 재점화

by 고대리 2023. 2. 6.

1. 꺼내본 추억은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은 2023년 화제 개봉작,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슬램덩크는 1993년 이노우에 다케히코 원작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으로, 그 당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큰 인기를 끌었고 특히 가수 박상민님이 부른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이부분은 30-40대 누구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OST였습니다. 

가장 반가웠던 점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일본어 이름이 아닌 번안될 당시의 한국 이름으로 자막에 처리되어 나왔다는 점입니다.당시 한국판 캐릭터 이름은 왜색에 반감이 있던 시기라, 편집자 였던 학산 문화사 장정숙 이사가 친구이름을 참고하고, 졸업앨범을 참고하여 지었다고 하는데,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들이었습니다.

 

 일부러 아무런 정보 검색도 없이, 극장에 들어섰는데 실수로 근처의 다른 극장을 예매하는 바람에 급하게 뛰어들어오느라 첫 장면을 살짝 놓친감이 있는데 의외로 처음 보는 장면이 보였습니다. 31권 분량의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들어섰는데, 바다를 배경으로, 어린 아이가 자기보다 20cm는 큰 형과 1on1 농구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새로웠고 또 캐릭터가 살아움직이는 듯한 작화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어린아이는 송태섭(일본명 미야기 료타)이었고, 농구를 알려주는 키 큰 아이는 송준섭(일본명 미야기 소타)으로 원작에 나오지 않는 오리지널 스토리였습니다. 송태섭의 형 송준섭은 유명한 중학 농구선수로 장래가 촉망받는 인물이있으나 이른나이에 유명을 달리하여 이후 송태섭과 그의 가족은 혼란한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2. 당신의 최애는 누구였나요.

 

 원작 슬램덩크의 마지막 경기인 산왕공고전(일본명 산노고교)을 시작하며, 각 캐릭터의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긴박한 장면 사이사이에 각 캐릭터의 회상이 물려들어가며, 산왕전 경기의 진행과 함께 영화도 함께 클라이막스로 흘러갑니다. 원작은 강백호(일본명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성장기와, 각기 개성넘치는 주장인 채치수(일본명 아카기 타케노리), 불꽃남자 정대만(미츠이 히사시),그리고 천재 서태웅(루카와 카에데)가 북산고등학교(일본명 쇼호쿠)의 이름아래 한 팀이 되는 서사를 그리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를 약 120분간의 분량에 녹여내였습니다. 물론 원작의 유명 라이벌 고교인 능남고교(일본명 료난),상양고교(일본명 쇼요고교),해남대부속고(일본명 카이난다이후조쿠)등 등장인물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게 아쉬웠지만, 강백호의 회상씬, 또는 응원석에서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120분의 시간에 모두 녹여낼 수 없었던 아쉬움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원작에서 비중이 적었던 송태섭의 재조명은 새로웠으며 경기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긴박하게, 또 만화책으로 보던 저의 어릴 적 감상과 또 다르게 피부로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남자는 그러하듯, 불꽃남자 정대만의 3점 슛이 림에 아름답게 들어갈때 느껴지는 쾌감은 여전했으며, 최근 NBA전술의 새 지평을 연 스테판 커리를 볼 때 떠올렸던 가슴 속 그 이름, 정대만을 외쳤던 제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3. 명작의 힘은 처음보는 이에게도 울린다.

 '농구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채소연(일본명 아카기 하루코)의 질문에 불순한 동기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농구에 빠지게 되어 산왕공고전에서 팀의 분위기를 전환시킬 정도로 성장하여 영광의 순간을 위해 열정을 내던지는 강백호를 보며 가슴이 뜨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쿵쿵 뜀을 느꼈습니다. 항상 전국우승을 외치며 묵묵히 노력하던 센터 채치수는 줄곧 혼자 해내야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었지만,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하며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음에 혼자가 아님을 감사하는 모습이 여전히 감동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뛰어난 천재로서 이타적인 플레이 보다는 본인의 승부욕에 앞섰고, 팀의 승리보다 개인 대 개인의 기량으로 승부하려던 서태웅이 팀의 승리를 위해 이타적인 모습으로 변모하는 모습도, 불꽃남자 정대만의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연신 성공하는 기적같은 3점슛의 아름다운 포물선도, 그리고 매니저 한나(일본명 아야코)가 손바닥에 적어준 'No.1 가드'를 보며 기적같이 공을 이어주는 송태섭의 모습도 여전히 제 머릿속과 눈앞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함께 본 여자친구는 슬램덩크에 대해 전혀 모르며, 농구 룰도 잘 모르지만 송태섭이 좋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송태섭보다 서태웅이, 서태웅보다는 강백호가, 강백호보다는 정대만이 멋진 이유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며 이 추억을 또 다시 되뇌일 먼 미래를 그려보려고 합니다. 제 머릿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추억을 깨워준 더 퍼스트 슬램덩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