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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나의 아저씨, 쓸쓸하지만 따뜻한 우리

by 고대리 2023. 1. 31.

1.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심한 위로

 화제의 TVN드라마 였던 나의 아저씨를 알아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나의 아저씨 주연배우, 이선균 배우와 이지은 배우의 나이차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논란이 되었던 이유는 당시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가 그렇듯이, 주연 배우간의 러브라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회차가 거듭 될 수록, 주연 배우의 러브라인 형성보다는 주변 인물들의 삶의 모습들이 투영되면서, 그런 논란보다는 잔잔한 위로로 인정받았습니다.

 

 16부작으로 방영되었던 나의 아저씨는 박해영 작가의 극본으로 이후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그녀만의 위로는 계속 되었습니다. 잔잔한 듯, 또 은은한 듯, 작중 인물이 무심히 내뱉는 대사에 묻어나는 삶의 무게에 직접적인 위로가 아닌, 묵묵히 전하는 공감들이 2016년 당시의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만 겪는 삶의 무게가 아니라고 느끼는 그 심심한 위로가 지금까지도 나의 아저씨를 생각나게 합니다.

 

 작 중 3형제중 둘째(동훈)가 겪는 가족간의 기대와 부담도, 첫째(상훈)의 사업실패 후 이혼남으로서 겪는 수모와 초라한 모습도, 셋째(기훈)의 장래 촉망받던 감독이지만 현재는 변변히 극본을 낼 곳도 없고 남은 건 자존심 뿐인 모습도, 지금의 제가 주위를 둘러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얼굴들 입니다. 물론 돌아본 거울에는 제 얼굴도 있습니다.

2. 잔잔하지만 은은한, 깊은 여운이 남는 목소리

 3형제의 현실이, 또 그 모습을 보고있는 우리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잔잔한 위로 였다면, 3형제의 외침에 메아리 처럼 돌아온 목소리는 깊은 여운이 남은 한 잔의 술, 혹은 한 잔의 차 였다고 생각합니다.

 

 출근하기 힘든 둘째의 출근길에, 출가한 친구에게 내 뱉은 한숨 같은 문자메세지에 돌아온 메아리는 '네 몸은 기껏해야 백 이십근,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 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중년의 위기를 맞은 첫째의 마지막 남은 꿈은, 어머니의 성대한 장례식이었고 그를 위해 바닥 장판 밑에 숨겨가며 모았던 돈이 지안의 할머니 장례식으로 응답하였습니다. 자존심을 부리며 완벽주의 성향으로 신인배우의 마음을 상처입혔던 셋째는 그 행동들이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기 싦었던 알량한 객기임을 고백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 갑니다. 서로 다른 모습들이지만 후계동의 조기축구회 회원들은 항상 같은 모습으로 따뜻한 동네 술집에 모여 시끄럽게 떠들며 술을 마십니다. 내일이 없는 듯이 끝 없이 잔을 비우지만, 각자 돌아갈 곳으로 걷는 그 쓸쓸한 걸음들이 가슴에 울림을 느끼게 합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 걸음에 누군가는 다가올 내일이 설레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내일 일 수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삶의 무게와 일상 속에서 서로를 탓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건 내미는 술잔에, 따르는 술에서 느껴지는 공감이었던 듯 합니다.

3. 따뜻함과 외로움, 나도 누군가에게 울림을 전해 줄 수 있을까

작중 삼형제와 지안 외에도 주변인물들의 호흡과 감성은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그들의 고뇌도 또 삶의 고단함도 끈적하게 발라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상속에서도, 함께 주고받는 일상에 이러한 따뜻함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악착같이 할머니를 모시고, 돈을 위해 불법적인 일도 서슴치 않았던 지안이었지만, 어른의 묵묵하지만 따뜻한 울림으로 감동을 주게 합니다. 철저히 세상과 단절 되었던 지안에게 다시금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하였던 그 원동력은 따뜻한 울림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안이 도청하던 둘째(동훈)의 목소리에도 따뜻함과 외로움은 공존 하였습니다. 세상 만물을 이야기할 때, 서로 상반되는 단어를 통해 전체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마치 '너와 나'가 우리가 되듯, '낮과 밤'이 하루 인 것 처럼 '따뜻함과 외로움'이 이 드라마의 전체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과 위로'가 온전한 하나 인 것 처럼 이들의 모습 또한 그렇습니다.

 

여전히 어렵고 힘든 세상,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 삶 속에서 이 드라마가 저에게 따뜻한 울림이 되었던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울림을 전해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외로움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나의 따뜻한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세밀히 관찰하여, 작중 인물들이 무던히 뱉는 대사속에 일상의 무게는 전혀 무던하지 않은, 그리고 그 속에 따뜻한 공감과 묵묵한 위로를 보여주던 드라마 였습니다.